일상다반사

지하철/젊은여자와 남자/그리고 양보

LestSong 2012. 3. 23. 12:28
지하철을 타려고 산본역 플랫폼에 올라왔는데 내 옆칸에 어떤 젊은 애기엄마가 애기를 앞으로 업고(?)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출근시간대는 좀 지났지만 그래도 사람이 많은 지하철인데 걱정이 되긴 했었지만 그냥 그려려니 하고 도착한 지하철에 탔다.

지하철에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남는 자리는 없었고 자리를 잡고 책을 한권 꺼냈다.
평소라면 아이폰으로 고스톱을 쳤겟지만 그날은 배터리도 얼마 없었고 며칠전부터 읽으려고 가방에 넣어가지고 다니던 책을 읽었다. 

그리고 내가 탄 바로 다음역 도착할떄쯤 내 앞에 앉아있던 아저씨가 일어나려든지 가방과 우산을 챙기는것이었다.
난 속으로 "역시 난 행운이야 바로 앉겠네 ㅋㅋ"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반대편에서 서 있던 젊은 청년(나보다 나이는 한두살 많아 보였음)이 그걸 포착하고 내 옆으로 와서 "저 자리는 내가 앉을꺼야~"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결국 지하철이 멈추고 역시나 내 앞에 앉은 사람이 일어나자 난 민첩하게 자리를 앉으면서 "ㅋㅋㅋ"를 외쳤다.
내 옆으로 왔던 그 남자는 아쉬워하면서 급하게 좌우를 두리번 거리다가 결국 빈자리를 찾고 얼른 뛰어가서 앉았다.
그 모습이 마치 아주머니처럼 남에 시선이 어찌됐던 무조건 앉아야하겠다는 전투의지가 보여졌다. 그리고는 저쪽에 한 여자에게 손짓을 하였고 아까 역에서 지하철 기다리면서 내가 봤던 젊은 애기엄마를 불러와 자기가 맡은 자리는 내주는것이었다. 

그걸 처음부터 본 나는.. "아~ 남편이었구나~ 그래서 저 남자가 자리를 찾으려고 했었구나" 라고 생각했다.

음.. 남편이 자리를 차지(?)하기 전까지 임산부에게 아무도 자리를 양보해주지 않았다. 

내 시선에 그 젋은엄마가 보였더라면 내가 자리를 양보했엇을텐데..
뭐 내 핑계는 아니지만.

어쨌든.

지하철 타고 있는 내내 뭔가 씁쓸했다.